세계일보
1000년을 넘긴 존재감… 고운 최치원의 삶과 풍류
‘계원필경’ 등 역주서 출간 기념 학술대회
입력 2016-04-07 21:06:20, 수정 2016-04-07 21:06:20
중국 당나라 말기 반란을 일으킨 황소가 자신을 꾸짖는 고운 최치원 선생의 ‘격황소서(檄黃巢書)’를 읽고 혼비백산한 나머지 저도 모르게 의자에서 굴러 떨어졌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다. 12살에 당나라로 유학을 가 6년 만에 과거에 합격한 뒤 관료로 일한 최치원이 남긴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일화다. 시진핑 주석이 각종 연설문에 최치원 시를 세 번이나 인용한 것은 그의 존재감이 1000년이 지난 지금도 중국 내에 여전함을 보여준다.
최치원은 중국에 있으면서 1만여 편의 글을 지었다고 하며 29살에 신라로 귀국해서는 ‘계원필경집’, ‘중산복궤집’, ‘시부’ 3편 등을 편찬해 왕에게 올렸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지금 남아 있는 자료는 계원필경집과 ‘사산비명’이 대표적이다. 두 글을 해석하고, 설명한 역주서가 최근 상·하권으로 출판됐다. 고운국제교류사업회는 이를 기념해 8일 서울 종로구 수운회관 대교당에서 출판기념회 및 제5차 고운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다.
계원필경집의 번역은 문화체육부 장관을 지낸 최광식 고려대 교수가 맡았다. 그는 최치원의 후손이다. 사산비명의 번역은 한국전통문화대학 최영성 교수가 담당했다.
학술대회는 최 교수의 기조연설에 이어 고려대 심우경 명예교수가 ‘고운 최치원의 풍류생활’에 대해 발표한다. 심 교수는 한국인의 고유사상을 유·불·도가 합쳐진 ‘풍류’라고 강조하며 9개 군, 23개소를 주유한 최치원의 흔적을 쫓는다. 국민대 장일규 교수는 최치원 문집의 가치를 조명하고, 중앙대 메이슨 교수는 최치원의 국제적 활약상을 밝힌다. 중국 남경사범대의 당은평 교수, 일본 와세다대의 이성시 교수가 참가하여 동아시아에서 최치원의 저작이 갖는 역사적 의미에 대해서도 발표한다.
강구열 기자